[인터뷰] 와우 핵심 개발자 그렉 스트리트-마르코 코글러, 기존 시스템 재설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가 5.4 패치로 다시 한번 큰 도약을 기다리고 있다.  2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에서는 곧 진행될 와우 5.4패치와 관련한 핵심 개발자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이날은 특히 와우 포럼에서 ‘고스트크롤러’로 활동하며 유저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탄 수석 시스템 디자이너 ‘그렉 스트리트’와 수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마르코 코글러’가 자리해 기대감을 더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그렉, 마르코와 함께 이날 판다리아의 최종 보스인 ‘가로쉬 헬스크림’과의 전투를 앞두고 새롭게 추가되는 콘텐츠인 ‘오그리마 공성 전투’와 ‘탄력적 공격대’, ‘수련의 장’, 새로운 투기장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었다.

▲ 마르코 코글러(왼쪽)-그렉 스트리트

■ “가장 친숙하면서도 색다른 공간인 '오그리마'

그렉 스트리트는 “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리드 디자이너, 기획팀장이다. 모든 블리자드 게임에는 두 명의 디자이너가 있는데, 난 그 디자이너들의 보고를 받고 워크래프트에 대한 비전을 결정하는 일을 하고 있다. 어떤 기능을 넣고 어떤 콘텐츠를 넣을지 정하는 일이다”고 소개했다.

이어 마르코 코글러는 “나는 기술 디렉터다. 게임의 프로그래머를 관리하고 와우와 관련된 툴과 클라이언트 서버와 관련된 일을 한다”고 간략하게 전했다.

그렇다면 핵심 개발장들이 말하는 5.4패치 업데이트의 메인 요리는 무엇일까? 그렉은 “이번 패치는 판다리아 스토리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오그리마 공성전’ 같은 거대한 규모의 레이드와 가로쉬 헬스크림이 등장하고, 그들을 쫓는 오크들과 싸우는 내용이다. 또한 오그리마가 주요 테마로 작용하며 유저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추가된 거대한 규모의 공격대 던전인 ‘오그리마 공성전’은 기존의 오그리마와 공격대적 요소가 섞여있다. 마르코는 “영웅꽃 골짜기에서 시작이 되어 4명의 우두머리와 싸운 후, 오그리마 입구로 이동해 문을 부수고 들어가 오그리마 안에서 4명의 보스와 싸운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후 ‘어둠의 틈’에서 가로쉬의 숨겨진 비밀 기지를 발견하고, 그 안에 들어가면 새로운 보스를 찾을 수 있다. 물론 위상이 달라 공격대 콘텐츠를 즐기는 유저와 일반 유저들이 다른 공간에 있을 수 있으니 걱정할 것 없다”고 설명했다.

그렉은 “새로운 패치에서 가장 기대되는 콘텐츠다. 한 번도 레이드가 대도시에서 진행된 적은 없었다. 오그리마는 유저들에게 매우 친숙한 공간이지만 이를 통해 색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유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준비되어 있고, 14명의 우두머리로 매우 거대해 유저들의 반응이 기대된다”고 이야기했다.

■ "기존의 공격대 시스템을 완전히 깨버린 '탄력적 공격대'"

또한 ‘탄력적 공격대’ 역시 흥미로운 콘텐츠다. 그렉과 마르코가 입을 모아 ‘이번 패치에서 가장 어려웠다’고 이야기하는 탄력적 공격대는 기존 와우의 콘텐츠와는 차별성을 가진다.

그렉은 “탄력적 공격대가 이번 패치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었다. 게임 디자인을 할 때 여러 가지 경우의 수로 선택을 많이 해야 했기 때문에 바뀌는 부분이 많아 서로 논의할 부분이 많았다”며 토로했다. 마르코 역시 “탄력적 공격대를 만들기 위해 프로그래머 중 한 명이 공격대 팀과 함께 업무를 해야할 정도였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며 이런 탄력적 공격대는 어떤 콘텐츠일까? 마르코는 “기존의 공격대 찾기나 일반 공격대와는 다르게 10~25명 외에도 다양한 인원들이 참여 가능하다. 즉 11~24명까지 다양한 유저들이 참여 가능하다는 것. 난이도가 자동으로 바뀌고, 배틀넷 친구들과도 함께 할 수 있어 소셜 기능이 강화되었다. 서버가 달라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 크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와우의 공격대 던전의 묘미는 단순하게 10인과 25인의 공격대가 사람 수에 따라 단순하게 몬스터의 체력만 올라가는게 아니라는 것. 10인과 25인은 공략을 하는 전략 자체가 아예 달라지기도 했다.

이에 마르코는 “탄력적 공격대를 통해서 깨버리고 싶은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다. 과거 10인 공격대의 경우에 힐러의 수와 딜러의 수가 거의 고정적으로 정해져있었다. 유저들에게 조금 더 자유도를 주고 싶었다. 탄력적 공격대에서는 새로운 전략이 많이 등장할 거 같아 기대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공격대의 인원은 플레이어가 자의적으로 정할 수 있다. 그렉은 “이 부분 역시 탄력적 공격대의 재밌는 부분 중 하나다. 기존의 공격대의 경우 유저들의 실력에 따라 공격대에 갈 수 있는 사람들은 ‘선택’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공격대의 안정적 클리어를 위해 잘하는 사람을 데려가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유저들을 배려한 콘텐츠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해 볼 수 있는 '수련의 장'"

레이드를 사랑하는 유저들이 환호할 만한 콘텐츠가 ‘오그리마 공성전’과 ‘탄력적 공격대’라면, 갓 만렙(최고 레벨)을 달거나, 새로운 포지션을 플레이해보고 싶은 유저들, 혼자 싱글 플레이를 즐기고 싶은 유저들을 위한 콘텐츠도 준비되어 있다. 바로 ‘수련의 장’이다.

▲ 마르코 코글러
마르코는 “나의 메인 캐릭터는 ‘죽음의 기사’다. 항상 딜러만 해왔는데, 탱(가장 선두에서 다른 파티원들을 대신해  몬스터의 주된 공격타켓이 되는 직업군)의 역할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하기엔 걱정이 됐는데, ‘수련의 장’을 통해 연습을 할 수 있어서 좋다”며 가장 기대되는 콘텐츠로 꼽았다.

이어 그는 “‘수련의 장’은 1인 시나리오다. 기본적으로 클래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콘텐츠다. 탱커와 딜러, 힐러 3가지 영역의 직업들에서 이런 역할에 대해 금, 은, 동 세 가지로 난이도를 통해 배울 수 있다. 금을 클리어하면 이후로는 무한으로 난이도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독특한 것은 ‘힐러’ 역시 가능하다는 것. 힐러는 와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직업군이지만, 혼자 독립적으로 던전을 클리어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수련의 장’에서는 오로지 ‘힐’ 스킬로만 자신의 능력을 평가하며 스스로으 능력을 시험할 수 있다. 그렉은 “일종의 트레이닝 모드라고 생각하면 쉽다. 현재로서는 만렙만 가능하지만, 이후 낮은 레벨도 가능할 수 있도록 조정할 생각이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수련의 장’에서는 아이템 레벨이 고정되어, 아이템에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캐릭터의 ‘스킬’만으로 싸우게 된다. 여기에 블리자드만의 재치있는 업적으로 딜러가 힐 스킬만으로 라운드를 버틸 경우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가칭)’의 업적 등도 준비되어 있다고 살짝 전했다.

특히 하드한 유저와 라이트한 유저 모두를 아우를 수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그렉은 “라이트 유저의 경우 처음 시도하는 포지션에 대해 다른 플레이어와의 마찰 없이도 연습을 할 수 있고, 하드한 유저의 경우 게임 안에서 ‘자신이 몇 라운드까지 견딜 수 있는지’ 스스로 시험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이야기했다.

만약 스스로 플레이를 한다면 몇 라운드까지 견딜 것이라 예상하냐는 질문에 그렉은 웃으면서 “난 이 콘텐츠를 많이 플레이했다. 그래서 30라운드까지 생존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있다”고 이야기했다. 마르코는 “나는 29라운드 정도..?”라고 재치있게 이야기해 순식간에 인터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 "일일퀘스트 없는 '영원의 섬'"

와우저(와우 유저들)의 행복한 비명(?)이 있다면 일일 퀘스트가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월드 오브 퀘스트래프트’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일일 퀘스트에 지친 유저들도 있었다. 이번 패치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신규 지역인 ‘영원의 섬’은 이런 일일 퀘스트에 지친 유저들에게 희소식이 될 수 있다.

그렉은 “일일퀘스트에 지친 유저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다른 곳을 모험하고 싶어도 일일퀘스트가 너무 많아, 퀘스트를 하다가 게임을 끝내는 일도 있다고 들었다. 이번에 열리는 새로운 지역인 ‘영원의 섬’은 시작 퀘스트는 있지만, 일일 퀘스트가 없다. 따라서 유저들은 매우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영원의 섬’에서는 판다리아에 등장한 4대 천신으로 희귀한 몬스터들이 등장한다. 이 밖에도 ‘화염 신’ 컨셉의 스페셜 우두머리도 있다. 이는 전설 퀘스트를 진행할 때 주는 ‘망토’를 이용해야 소환 가능하다. 또한 단순하지만 퍼즐같은 재미 요소도 준비되어 있다. 또한 ‘부적’과 함께 높은 레벨의 아이템도 얻을 수 있어, 기존 와우의 퀘스트 구조를 완전히 파괴한 필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유저들이 여기에서 더 잘 놀 수 있도록, 팁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그렉은 “‘영원의 섬’에 들어갈 때 약간의 퀘스트로 방향을 정해줄 생각이다. 따라서 유저들이 처음 시작 퀘를 통해 어떤 방향으로 플레이를 해야 할지 정하고, 일일 퀘스트의 압박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고 전했다.

■ "'투기장 팀'을 없애고, '친구와 함께 플레이 하는 재미' 상승"

와우의 꽃이 ‘공격대 던전’이라면, 와우의 백미는 ‘PVP’라고 할 수 있다. 한번 여기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려운 치명적 매력을 가진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이번 5.4 패치에서는 이런 PVP에 색다른 제도가 도입되었다.

▲ 그렉 스트리트
그렉은 “이번 패치를 통해 ‘투기장 팀’이 사라진다. 투기장 팀이 있어서 플레이어들 간 게임을 즐기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같이 투기장을 즐기고 싶어도 친구가 이미 점수를 채웠을 경우 같이 플레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패치부터는 평균 점수가 개인별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PVP의 신규 유저의 유입이 줄어들지는 않을까는 질문에 그렉은 ‘그렇지 않다’고 단호히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친구와 함께 게임을 하면서 ‘같이 플레이 하는 재미’로 인해 신규 유저의 유입이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이야기했다.

■ "5.4패치 엔딩에 다음 시나리오 힌트 있다"

와우가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방대한 세계관이 꼼꼼하고 섬세한 스토리 라인으로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다리아’의 경우 일부에서는 “기존의 세계관과 너무 다른 것이 아닌가?”라는 시선도 있었다.

이에 그렉은 “처음에 개발을 진행할 때 개발자들 사이에서 ‘매우 재밌다’는 반응을 얻었다. 기존에는 이미 있던 이야기로 진행했기 때문에 새로운 종족과 적을 만들고 색다른 분위기가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물론 내부에서 다른 이야기라고 느끼기도 했지만, 재미있게 개발했다. 하지만 게임의 진행을 위해 다시 기존의 메인 스토리로 돌아갈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어지는 업데이트는 과연 ‘판다리아 2’가 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시나리오가 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판다리아의 스토리가 바탕에 깔려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완전히 새로운 확장팩’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블리즈컨을 통해 볼 수 있을 것이다”며 기대감을 더했다.

이어 ‘가로쉬 헬스크림’ 이후의 이야기로 “생각한 것은 매우 많지만, 스포를 해 유저들의 설렘을 줄이고 싶지 않다. 다만 5.4 패치의 엔딩에서 유명한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고, 새로운 대족장에 대한 이야기도 있을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스토리가 진행될 예정이다”까지만 살짝 전했다.

▲ 마르코 코글러(왼쪽)-그렉 스트리트
마지막으로 그렉은 한국 팬에게 “화상 채팅으로 만난 적은 있지만, 한국엔 처음 왔다.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어 매우 기쁘고 흥분된다. 돌아올 5.4패치 많이 기대해달라”고 이야기했다. 마르코는 “항상 열정적인 한국의 게이머들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번 패치때도 많은 피드백을 주길 바란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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