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올해 3개 게임 런칭, 고승용 스튜디오 EX 대표

고승용 스튜디오 EX 대표.
[게임톡] 얼핏 보면 그의 외모는 빌 로퍼를 닮았다. 얼굴선과 콧수염과 턱수염, 웃는 모습 등등. 고승용(42) 스튜디오 EX 대표. 분위기용으로 던진 외모 얘기에 대해 그는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최근 진짜 빌 로퍼가 스튜디오 EX를 찾아왔단다. 이런, 블리자드 재직 중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등 흥행을 주도하다 최근 디즈니의 게임 사업 총괄자가 된 그 빌 로퍼 말이다. “저보다 키도 훨씬 크고 덩치가 엄청 좋던데요.”

외모도 외모지만 그의 필모그래피(영화로 치면 작품 목록이지만 여기서는 편의상 삶의 이력)도 빌 로퍼 못지 않다. 그는 나중에 NHN과 합쳐진 한게임의 창립 3인방 김범수-문태식-남궁훈에 이어 한게임에 입사한 초기멤버다. 그는 NHN재팬을 초기 셋업했고, NHN차이나를 열었고 아워게임과 합병시켰다. 이후 한게임 3인방과 함께 NHN USA를 설립했고, 거기서 해외비즈니스를 담당했다.

이렇게 화려한 이력의 그가 왜 홀연 미국에서 돌아와 게임 개발사 스튜디오 EX 대표로 변신했을까. 올해 안에 페이스북을 게임 플랫폼을 삼는 게임을 세상에 3개나 내놓겠다는 그에게 게임뿐만이 아니라 참 궁금한 게 많았다. 3월에 나올 첫 게임 ‘‘히어로즈 오브 판테온’ 이야기와 함께 “‘초기 모습은 이랬었어’라고 한게임을 통해 바닥부터 시작해 성공했던 경험과 희열을 후배들과 공유해보고 싶다”는 그를 서울 역삼동 스튜디오 EX에서 만났다.  

넷마블과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맺은 '히어로즈 오브 판테온'.
■ EX는 카멜롯의 원탁의 기사 명검 ‘엑스칼리버’

고등학교 시절 기자의 세계사 선생님은 공부에 지친 제자들에게 아더왕의 전설에 대해 들려주곤 했다. 명검 ‘엑스칼리버’를 뽑아 왕의 자리에 오른 그 이야기가 얼마나 생생하던지 모두 귀를 쫑긋 세우곤 했다.  

스튜디오 EX는 바로 그 명검 ‘엑스칼리버’의 줄임말이다. 이 이름은 의사 결정을 원탁회의처럼 하자는 것과 동시에 게임 개발을 위해 개발한 서버엔진을 가리킨다. EX의 주 구성원이 NHN과 넥슨이다보니 공통점 추려내고 필요한 부분을 가져와 골격을 맞춘 ‘엔진’을 개발했다.  

고 대표가 NHN 북미법인에서 해외 비즈니스를 담당할 때 넥슨USA에 있던  민용재 대표와 친분이 깊어졌다. 이후 2009년 무렵 민용재 YJM 대표가 회사를 설립하고 이듬해 실질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그도 2010년 5월 합류했다.  

그는 “그 무렵 서버나 운영 등 핵심기술력은 보유하고 있고, 온라인게임 경험이 풍부하고, 인력도 많은 한국게임사들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며 “NHN USA에 있어보니 해외가 살길이었고, 미국시장은 정말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침 페이스북이 새로운 게임 플랫폼으로 등장해 ‘원했던 게 바로 이런 거’라며 서로 공감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히어로즈 오브 판테온'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고승용 대표.
■ ‘메이플-던파-포트리스’ 3가지 성공 모델 선택

게임업계 경력이 10년이 넘는 이 동업자들이 서로 통한 건 “이제 우리가 후배의 발판이 되도록 큰 틀의 방향성을 잡아주는 게 도리다. 할 수 있는 툴을 제대로 만들고 마술과 요술은 후배에게 넘겨주자”는 공감대였다. 

그러나 당시 고 대표는 미국에서 돌아올 생각이 없었다. 그 와중에 멘토였던 문태식 N플루토 의장이 “한국으로 들어와 같이 해보자”고 해 N플루토에서 ‘콜 오브 카오스’를 같이 개발하게 되었다. 개발 이후 민용재 대표의 러브콜. 그렇게 됐다. 스튜디오 EX가 개발하는 게임은 미국서부터 의기투합한 것처럼 ‘기술적 한계’ 극복과 함께 ‘글로벌’에 초점이 맞혀졌다.  

회사 설립 초기 서로에게 ‘기술적 한계가 어디까지냐?’고 물었다. “먼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장르를 선택하기로 했다. ‘메이플 스토리’ ‘던전앤파이터’(던파) ‘포트리스’ 등 3개 게임이 뽑혔다. 비록 북미에서 모두 큰 히트를 못쳤지만 게임성으로 볼 때 우리가 잘한 분야였다. 하지만 북미가 원하는 것은 달랐다. 그래서 기술적 문화적 벽을 깨자고 결의했다.” 

페이스북 그 자체가 글로벌 플랫폼이니 여기에다 잘할 수 있는 온라인게임을 모델로 삼아 ‘SNS와 웹기반’이라는 두 가지 속성을 모두 구현해보자고 방향이 정해졌다. 그래서 그는 ‘웹게임’이라는 말을 쓰는 대신 ‘웹브라우저 기반 온라인게임’이라는 표현을 고집한다. 또한 가능한한 쉽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방향에 추가됐다.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는 클라이언트 다운방식의 온라인게임과는 기대치가 완전히 다르다. 온라인게임을 아예 못해본 사용자가 훨씬 많다. 그래서 진지한 게임을 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충분히 쉽고, 충분히 가이드가 돼야 한다. 북미권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이 다른 것이다.” 

■ 비주얼 컨셉의 큰 차이 “최대한 북미향”이 정답

애초 방향이 글로벌이다 보니 자연스레 주타깃은 북미 유저다. EX가 페이스북을 향해 도전장을 던진 신작은 현재 3개. ‘히어로즈 오브 판테온’ ‘플루토어택’ ‘네오사우르스’ 등이다. EX의 첫 개발작인 '네오사우르스'는 '메이플스토리'와 구성이 유사하다. '플루토어택스'는 ‘포트리스’ 시리즈의 게임 방식을 응용했다. ‘히어로즈 오브 판테온’(HOP)은 ‘던파’와 같은 장르다. 

그렇다면 게임 성공을 위해 기술적 문화적 장벽을 넘는 방법은 뭘까. 정답은 바로 ‘북미향(北美香)’이다. “초대박이야 하늘도 모르지만 중소박은 현지 사용자들에게 경험을 만들지 못하면 성공 못한다. 그래서 3개 게임을 북미유저들이 받아들이도록 작업을 해보자고 하여 뉴저지 사무실에서 비주얼 컨셉의 작업을 했다”며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만든 컨셉아트, 디자인 등을 보고 북미에서 선호도와 분위기를 조사해보니, 열 중 아홉은 북미쪽의 것이 좋다고 나왔다. 반면 한국 디자이너들은 ‘누가 봐도 안 예쁘다’라는 반응이었다.”    

왼쪽부터 넷마블 조영기 대표, ㈜와이제이엠(YJM) 민용재 대표, ㈜스튜디오 이엑스(EX) 고승용 대표, ㈜스튜디오 이엑스(EX) 김태균 프로듀서
미국에서 한국 게임은 넥슨이나 NHN, 넷마블도 큰 히트를 치지 못하고 현상 유지 정도다. 그는 “잘 만든 캐릭터가 먹힌다. 와우는 동양적이 아니지만 동양에서 먹혔다. 와우급이 아니면 호불호가 완전히 갈린다. ‘던파’ 풍의 2D 횡스크롤인 ‘HOP’은 한국에서는 ‘너무 미국풍’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멋지다’라는 반응이 나와 기대가 크다”라고 했다.  

북미향은 비주얼에서 그치지 않는다. 먼저 개발을 영어로 한다. 타깃을 북미에 맞추다보니 서양 문화의 뿌리인 그리스신화가 게임 배경으로 채택됐다. ‘HOP’은 지난달 27일 CJ E&M 넷마블과 국내외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다. 같은 달 7일 역시 넷마블과 계약을 맺은 ‘블루멍키스’와 마찬가지로 양사는 퍼블리싱 조건을 개발 초기부터 글로벌 목표의 페이스북 플랫폼 게임과 PC클라이언트 다운로드가 아닌 SNG라는 데 완전히 뜻을 같이했다.  

■ 페이스북 유저 전체보다 ‘게임 초심자’ 타겟

그는 “페이스북에서도 트렌드가 계속 바뀌고 있어 굳이 유저를 페이스북 유저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겟을 세분화해 접근하려고 한다”고 했다.  

“타겟을 최대한 좁게 잡아야 성공률이 높다. 특히 ‘게임 초심자’들보다 좀 더 재밌는 것 없는지 발견해가는 유저가 타겟이다. SNG의 경우 초기 농사짓는 징가의 ‘팜빌’류에서 좀 더 진지한 멀티플레이와 온라인게임 요소로 발전해나가는 중”이라며 “EX가 방향성이나 트렌드를 잘 읽은 것 같다. 지난해 초반에는 ‘페이스북에서 멀티가 의미가 있나, 너무 빨리 갔나’ 고민했는데 지난해 후반부터 잘 잡았구나 확신하게 되었다.”  

그는 게임의 미래에 대해 빠른 변화를 예측했다. 그는 “모바일 디바이스가 커지면서 PC는 하이스펙일 필요가 없어져 그동안의 업무용에서 게임기로 바뀔지도 모른다. 쇼핑이나 이메일 전송 등 데스크톱 PC를 살 중요 이유가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온라인게임의 경우 이미 포화상태다. 몇 년 전부터 새 게임에 대한 반응도 크지 않다. 또 이 판을 EX에서 뒤집기는 힘들다고 생각했다. 마침 스마트폰과 페이스북이 등장하는 등 플랫폼이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콘솔 게임도 모바일 디바이스가 커지면서 언젠가 죽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PC온라인게임은 콘솔 유저의 하이퀄러티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브라이저 베이스 가벼운 게임과 스마트폰용 게임은 다르지 않다. 기술적으로 다르지만 양쪽 다하게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현재 모바일 게임시장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진단. 피처폰 게임 경험 회사와 온라인게임 경험 회사의 스마트폰용 게임 개발 경쟁에서 “온라인게임 회사가 이길 것 같다”. 최근 대박을 터뜨린 ‘룰더스카이’ 같은 SNG의 성공 요인에 대해 그는 “온라인게임 경험 회사들의 대규모 트래픽을 버텨낸 서버 운영과 유료화 포인트, 즉 부분유료화 경험의 승리”라고 관전평을 전했다.  

페이스북에 런칭할 ‘플루토어택’ 의 플레이 모습.
■ ‘HOP’, 이달 중 3차 CBT “해외 공략 준비 완료” 

전체 직원 49명의 EX엔 기술적으로 좋은 인력이 많다. 대규모 트래픽을 버텨낸 경험 등 백전노장이 즐비하다. 특히 김태균 디렉터는 NHN에서 2002년부터 플레시 기반 게임을 개발했던 캐주얼실장이어서 해외에서의 성공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플레시게임의 경우 네트워크 기능이 쉽지 않았으나 어느 시점에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그리스신화를 배경으로 서양 판타지가 근간인 ‘HOP’는 제우스와 타이탄 진영의 대립이 불꽃을 튄다. 핵심 재미는 스킬 콤보로 베어나가는 느낌이다. 페이스북 서비스에 맞게 SNS 요소를 최적화하고 형태맞는 유료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런칭을 준비 중인 HOP는 “던전을 고른 후 스테이지마다 등장하는 모든 몬스터를 처치하면 보상을 얻는다. 파티플레이와 몬스터의 끝없는 공격을 견디는 아레나 시스템도 제공한다”며 “앞으로 태블릿PC나 iOS, 안드로이드 환경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점차 서비스 영역을 확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를 ‘최고 온라인 브라우저 게임사’로 만드는 게 꿈인 고승용 대표. 그는 아직 이 업계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했다. 그는 “개발자가 개발하기 좋은 회사라는 비전을 만들고 싶다. 한게임을 통해 밑바닥부터 시작해 성공해본 희열을 공유하고, 성공하는 조직은 이런 거였다, 팀워크와 분위기 등 순수하게 벤처정신으로 돈벌고 시스템화해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고승용 스튜디오 EX 대표.
“슈퍼마리오 시리즈가 가장 즐거운 게임”

-고승용 EX 대표가 좋아하는 게임은?  

NHN과 합병하기 직전까지 한게임 초기 멤버였던 고승용 스튜디오 EX 대표는 게임 중 이탈리아 배관공이 주인공 캐릭터인 ‘슈퍼마리오’ 시리즈를 가장 좋아한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게임은 “가벼워야 하고, 끝냈을 때 즐거워야 한다”는 것. 살짝 아쉬워야 ‘다음에 할 때는 더 잘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단다. 

슈퍼마리오가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보면 그가 ‘웹브라우저 기반 온라인게임’을 개발하면서 추구하는 것과 아주 유사하다.  

그는 “주제가 가볍고, 코믹하며, 남 앞에서 창피할 일이 전혀 없다. 19금 게임이 아니라 남녀노소 같이 게임할 수 있는 게임이라서다”라며 브라이저 게임을 하면서 마음이 좋다. 사용자에게 주는 가벼움, 언제 어디서든지 담을 수 있는 게임이라서다. 한게임에 있으면서 ‘가족게임’을 만들자는 모토 아래 있었는데 못 만들어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 게 다소나마 해소돼 다행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