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텐센트가 먼저 알아본 수라온라인, "온라인게임 살아있네"

누군가는 지금이 한국 온라인게임의 '잃어버린 세대'라고 한다. 온라인게임은 언제부턴가 모바일게임에 밀려 뒷방살이 신세로 전락해 버린 듯하다. 그나마 남은 시장의 절반도 ‘LOL’이라는 외국게임에 통째로 내어준 꼴이다. 그야말로 한국 온라인게임위 위기다. 한때 온라인게임 종주국을 자랑했던 한국이 어쩌다 이렇게 전락했을까. 

세상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한국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온라인게임을 외국 게임사들이 먼저 알아보고 인정해 주고 있다. 액션RPG ‘수라온라인’은 한국보다 중국에서 먼저 유명세를 떨친 게임이다. 텐센트는 중국 게임시장의 8할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 기업. 게임 보는 눈이 깐깐하기로 소문났다. 블레이드앤소울, 아키에이지 같은 대작들도 중국시장에 발을 내딛으려면 텐센트 눈치를 살펴야 한다. 

▲ 수라온라인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엔에스이엔터테인먼트 엄용준 대표

그런데 거의 무명에 가까운 ‘수라온라인’이 텐센트의 눈에 딱 든 것이 참으로 놀랍다. 한국보다 중국에서 먼저 알아준 게임이니, 그 비결이 궁금했다. 10일, 수라온라인 개발사 엔에스이엔터테인먼트를 찾았다. 개발실에는 100여 명 가까운 직원들이 개발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수라온라인의 첫 인상은 ‘역시 한국온라인게임 살아있네~~’라는 확신이다. 처음엔 ‘디아블로’의 동양판 아류작 정도로 생각했지만, 게임을 플레이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동양풍의 친숙한 세계관, 호쾌하면서도 유려한 액션, 격투게임을 방불케 하는 전투공방의 치열함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앉은 자리에서 4시간 이상을 게임에 빠져 있을 정도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텐센트에서 인정한  '액션과 SNS의 미묘한 조화'

수라온라인은 기대할만한 가치가 충분한 게임이었다.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엄용준 대표는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그는 “텐센트에서 수라를 좋게 평가한 건 두 가지”라며 “하나는 액션이라는 원초적인 재미에 충실했다는 것, 또 하나는 게임의 커뮤니티 시스템(도원 시스템)을 잘 살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액션과 커뮤니티는 중국을 비롯해 한국에서도 통하는 게임의 보편적인 재미라는 것이다. 

수라온라인의 액션은 PVP에서 진가를 드러낸다. 기술 간의 공방은 마치 격투게임을 보는 듯 현란하다. 강력한 공격에 부드러운 움직임이 조화되어 전에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액션을 연출했다. 마치 강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아우른 무림고수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엄 대표는 “다른 건 몰라도 수라온라인의 PVP 시스템은 경쟁할 만한 상대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수라온라인의 액션을 보면 부드러움과 강함을 함께 아우른 무림 고수같은 느낌이다

여기에 도원시스템이란 특이한 요소를 도입했다. 도원시스템은 유저 간에 서로 공격과 방어가 가능한 일종의 개인요새다. 재미 있는 건 다른 SNS 게임처럼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활성화되어 온라인 상태의 유저들에게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오프라인 상태에서 상대방에게 공격을 당하면 길드원이나 친구들이 요새를 보호해 주거나 도와줄 수 있고, 이를 통해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액션RPG에 SNS 기능을 도입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도원시스템은 테스트버전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텐센트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부분이기도 하다.  

동양적 분위기로 가되 무협은 아니다

수라온라인은 텐센트의 입맛에 맞춰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다. 동양의 정서가 담긴 세계관이지만, 중국식 무협게임은 아니다. 엄 대표는 중국식 무협게임의 분위기를 일부러 자제했다고 밝혔다.

게임의 컨셉을 잡을 때 동양적 분위기로 가되 무협은 하지 말자고 개발자들과 합의했다고 한다. 그는 “디아블로 같이 서양 스타일의 액션게임이 많아서 동양적 세계관으로 방향을 돌렸다”며 “동양의 전형적인 무협스타일은 싫고 어렵지만 퓨전 스타일로 가보자고 생각해서 지금처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선지 게임은 한국의 무사, 중국의 협객, 일본의 사무라이 등 각종 캐릭터들이 현란한 비무를 겨룬다.

▲ 중국에 먼저 진출했지만 그래도 한국 서비스가 우선이라고 엄대표는 말했다

중국에서 먼저 알아봤지만, 그래도 한국이 우선!

엄 대표는 올해 안으로 수라온라인의 국내서비스를 계획하고, 현재 퍼블리셔를 찾고 있다. 8월 말에 현재 보여드린 부분이 완성될 것이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퍼블리셔들과 접촉할 것이라고 한다. 그는 “텐센트가 중국서비스를 준비 중인데, 국내 퍼블리셔가 원한다면 국내에서 먼저 서비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라온라인이 한국게임인 만큼 아무래도 중국보다 한국에서 먼저 선보이길 내심 바라고 있단다. 그는 지금 한국에서 온라인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로써의 신념을 이야기 하면서 인터뷰를 끝맺었다. 

“요즘 대부분의 개발사들이 모바일게임으로 넘어가고 있고, 한국에서 온라인게임을 만든다는 게 쉽지 않죠. 모바일게임 시장도 크겠지만, 역으로 온라인게임이 블루오션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신생개발사들이 잘 되어야 합니다. 수라가 잘 되서 이후 온라인게임을 만드는 분들에게 무언가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엄 대표의 확고한 신념과 수라온라인의 역동적인 액션을 보면서 한국 온라인게임의 열정과 희망은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느꼈다. 하반기 수라와 함께 한국 온라인게임이 힘차게 웅비하는 날을 기다려 본다.

한경닷컴 게임톡 이덕규 기자 ldkg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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