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종식 공헌 드록바-한국국적 북한 선수 정대세 가슴 뭉클

[박명기 e스팟] 정대세-박지성 한팀 뛰는 축구 게임없나?

축구공은 둥글다. 월드컵의 달 6월이면 사람 얼굴까지 둥글게 보인다. TV, 인터넷과 트위터 등 정보도 실시간으로 쏟아진다. 한국의 16강 진출로 온 국민이 축구광으로 돌변했다. 지구촌 곳곳에서 골 하나에 울고 웃는다. 어느새 남아공의 부부젤라 소리마저 친근해졌다.

내전 종식시킨 드록바의 호소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감동을 준 건 코트디부아르 디디에 드록바다. 그리고 북한 정대세의 눈물이다. 두 나라 모두 16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드록바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 선수다. 2006, 2009 득점왕이었고 별명은 '드록신(神)'이다. 단지 축구만 잘해서 붙여진 게 아니다. 그 안에는 영혼까지 아름다운, 신을 닮은 인간이란 메타포가 숨겨져 있다.
 

코트디부아르 10년 내전을 종식시킨 디디에 드록바

드록바는 2006년 코트디부아르 사상 최초로 독일월드컵 본선 티켓을 거머쥐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는 티켓을 따낸 직후 TV 생중계 카메라 앞에 무릎을 꿇고 호소했다. "1주일 만이라도 무기를 내려놓고 전쟁을 멈춥시다."

드록신의 호소는 10년 내전에 시달려왔던 코트디부아르 정부군과 반군 모두를 감동시켰다. 그후 1주일 동안 총성이 멈췄다. 2년 뒤 드라마의 해피엔딩처럼 코트디부아르 내전은 종식됐다.

'인민 루니'란 애칭이 붙은 정대세는 북한-브라질 경기 직전 눈물을 흘렸다. 이 장면은 FIFA 홈페이지 메인을 장식했다. 전세계 축구팬은 그의 이색 국적과 실력에 주목했다.

재일동포 3세인 그는 아버지를 따라 한국 국적(아버지 한국, 어머니 북한)임에도 북한 선수로 뛰었다. 브라질전서 골을 넣는 등 실력도 인정받았다. 그는 2006년 북한이 일본에게 패한 것을 보고 북한 대표팀에서 뛰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그 눈물엔 남북 분단과 재일동포의 상흔이 스며있다.

이 두 선수가 엉뚱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만약 정대세와 박지성이 어깨동무를 하고 TV 카메라 앞에서 남북한 국민들에게 "월드컵 기간만이라도 무기를 내려놓고 대화해봅시다"라고 호소한다면? 그리고 2년 이내에 기적처럼 통일이 돼버린다면? 물론 잠꼬대 같은 상상이다.

박지성-정대세 등장 축구게임 가능할까?

월드컵의 달이지만 LA에선 세계 3대 게임쇼의 하나인 E3(15~17일)가 열렸다. 올해는 닌텐도-MS-소니 등 주요 콘솔업체가 짜기라도 한 듯 체감형 게임기를 내놨다. 한국의 넥슨이나 블루홀도 부스를 꾸몄다.

E3에선 북한판 삐라가 LA 한복판에 등장(플포 16일자)해 화제를 뿌렸다. 내용도 무시무시하다. “미국은 북한에 의해 정복되었다.” 알고 보니 FPS게임 ‘홈프론트’(카오스 개발, THQ 배급)의 깜짝 홍보물이었다. 컨벤션 센터 주변엔 북한군 복장을 입은 군대를 배치시키고, 길거리엔 인공기가 나부꼈단다.

이처럼 때로 게임도 영화처럼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자 꿈의 공장'이다. 한국 전쟁의 달이기도 한 6월에 다시 상상해본다. 통일이나 통일 이후를 상상력으로 풀어낸 게임을 만들 수는 없을까. 요즘처럼 천안함 사태 등 관계가 경색된 상황이면 꿈조차 꿀 수 없겠지만.   
▲ 한국 국적으로 북한선수로 뛴 정대세

축구라면 어떨까. 최근 축구게임 '프리스타일 풋볼'(JCE)은 한국 대표팀 주장 박지성을 캐릭터로 사용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여기서 한발만 더 나가보자. 박지성과 정대세가 남북한 단일팀으로 등장하고, 이 둘이 호흡을 맞추는 축구 게임을 한국에서 개발할 수는 없을까?

월드컵은 운동치들에게도 절로 몸을 흔들게 한다. 드록신이나 정대세 눈물처럼 희로애락이 담긴 휴먼스토리도 피워낸다. 매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은 조마조마함을 연출한다. 때로 엉뚱 발칙한 상상이 나래를 펼친다. 대한민국, 이번엔 16강이었지만 브라질 대회 땐 4강에 오를거야.

그런데 치맥의 추억과 길거리 응원, 스코어 맞히기와 흥미진진한 상상도 며칠 후면 끝이다. 아, 월드컵 끝나면 무슨 낙으로 사나? 

[플레이포럼] 작성일 : 201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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