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의 e스팟] 그 남자 그 여자 ‘멀더와 스컬리’

“내일은 더 좋은 실수를 하자.” 단문 메시지 트위터로 유명한 회사의 슬로건이다. 회사 입구 창문에 거꾸로 붙어 있다. 단순명료하면서도 깜찍한 성찰이 깃든 문구다.

플레이포럼이 5월 25일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홈페이지를 5년 만에 리뉴얼하며 과감하고 파격적인 변신을 선보였다. 주 수익원의 하나였으나 게임사를 불편하게 했던 아이템플포도 말끔히 떼냈다. 무엇보다 사람을 확 바꿨다.

게임업계 최초로 매체설명회도 열었다. 지난 11일 한남동 서울파트너스하우스에서였다. 100여명의 게임업계 홍보-마케팅 담당자들이 찾아주었다. 새 플레이포럼의 비전과 의지, 열정을 공유한 그들은 기꺼이 머리를 끄덕여주었다.

이날 아침 필자는 트위터에 ‘플레이포럼에는 멀더와 스칼렛이 있다. 오시면 알게 될 것’이라고 초청 메시지를 날렸다. 그때 받은 멘션 중 하나가 “스칼렛이 아니라 스컬리예요”였다. 헷갈리긴 했지만 ‘멀더와 스컬리’ 비유는 필자가 처음 한 게 아니다. 게임업계의 한 지인이 붙여주었다. 유명 TV드라마 ‘X파일’을 빗대 필자를 “진실은 저 너머에”라고 외치는 스키너 국장으로 지목했다. 바로 플레이포럼 김시소 취재팀장과 김명희 수석기자 얘기다.

필자가 플레이포럼에 합류한 건 지난 4월 1일. 20년 일간지 생활을 청산하고 편집국장으로 신발끈을 다시 맸다. 후배 기자들은 스마트폰 시대와 걸맞지 않게 환송회에서 만년필을 선물로 주었다.

업계의 반응은 깜놀(깜짝 놀람)과 당황(황당이 아니라) 그 자체였다. '제너럴리스트가 스페셜리스트 집단으로 가다니, 그 다음은 글쎄?’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느껴졌다. 게다가 한국 대표 게임웹진의 하나인 게임메카 출신, 두 명의 인재 합류 소식이 이어졌으니....

‘그 남자 그 여자’, 즉 김 팀장과 김 수석 두 남녀는 기자 경력 5년 차로 전 직장의 입사 동기다. 나이는 한 살 차로 김 팀장이 많지만 둘은 닮은 점이 많다. 기자로서의 촉(?)이 좋고, 네트워크가 촘촘하고, 무엇이 기사인지 냄새를 잘 맡는다. 이 바닥 말로 야마와 포인트에 능수능란하다. 한마디로 에이스들이다.

또 있다. 동료였던 둘은 “홍대 앞을 너무 사랑한다”는 다소 엉뚱한 이유로 회사보다 그 동네를 더 좋아한다. 문학이나 영화 등 예술적인 취향이 강한 것도 비슷하다. 가끔 맥주 거품에 일본 작가 하루키가 화제에 오르고, 영화 ‘하녀’(임상수가 아닌 김기영 감독작)가 안주가 되는 이유다. 둘 다 취하지 않을 만큼 술도 곧잘 해 음주특종 경쟁력도 갖췄다.

‘제 논에 물대기’지만 필자가 두 사람을 만난 건 유행가처럼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들의 밥벌이터인 홍대 앞(김 팀장)과 서초동(김 수석)으로 필자가 찾아간 건 2월 말과 3월초였다. 둘은 오래 전부터 변화에 대한 욕구, 도전에 대한 열망, 더 많은 경험에 목말라 있었다. 뭔가 내부에서 꿈틀거렸다. 단지 때가 되어 남에게 들켰고 시운이 맞았던 것이다.

홍대 앞도 그랬지만 게임사로 적을 옮긴 지 3개월 된 김 수석을 만나러 갈 때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기대감보다 불안이 앞섰다. 두 번째 찾았을 때야 비로소 안도했다. 고백하건대 김 수석이 홀로 20일간의 유럽 여행을 가 있는 동안 변심하지 않기를 내내 바랐다.

천상 기자 체질인 두 사람은 호기심이 왕성하다. 뭐든지 뒤집어보고 엮어보고 상상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성은 뚜렷하게 다르다. 범죄 수사를 직관에 의존하고 외계인의 음모를 믿는 멀더와 지적이고 차가운 분위기에다 비판적인 스컬리 요원처럼 말이다. 두사람은 동기이면서도 서로 경어를 썼다고 한다. 김 수석이 게임사로 옮기기 직전 비로소 반말을 하기로 했단다.

업계에 이미 알려졌듯이 김 팀장은 액티브하고 고집과 강단이 있다. 국문과 출신인 그는 잡지를 좋아한다. 한때 복싱을 배웠고, 요즘은 스킨스쿠버에 빠져 있다. 김 수석이 부재 중이던 4월 한 달 홈페이지 리뉴얼 전담, 취재, 행사 준비 등을 완벽히 해낸 탁월한 멀티플레이어였다. 설명회에서 대본도 없이 홈피 리뉴얼 설명을 생목소리로 해낼 정도로 디테일하고 대담하다.

매체설명회 하루 전날 합류한 김 수석은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발이 묶였던 런던-파리 등 유럽 여행을 트위터로 생생히 전달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게임 매체의 몇 안 되는 여 기자 중 하나다. 지적이고 분명한 논리 전개와 친화력이 장점이다. 홀로 영화나 연극을 보러가는 것을 즐기는 감성파이면서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쓴소리도 마다않는 부드러운 저격수다.

물론 플레이포럼에는 그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3, 4월에 합류한 서동민 기자와 문영수 기자도 봄볕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현실로 돌아와서 잠깐. 엑스파일 속 멀더와 스컬리 요원과 플레이포럼 ‘그 남자 그 여자’가 다른 건 뭘까. ‘진실은 저 너머에’라고 다 같이 외치고 있지만 적어도 이들은 외계인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게임업계를 다룬다. 드라마 속처럼 국장도 결코 변태가 아니다.

필자가 존경하는 한 대기자는 말했다. “역사는 하나다. 단지 해석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플레이포럼이 10년 만에 파격적인 변신을 했다. ‘지금 여기’는 먼 후일 ‘그때 거기’로 해석될 것이다.

기자에게 진실은 팩트다. 요 몇 달 새 플레이포럼이 벌써 많이 변했다는 것도 팩트다. 먼 훗날 그때 거기를 돌이켜볼 때 그들의 X파일에는 과연 무엇이 담길까. “플레이포럼의 그 남자 그 여자는 당시 전세계적으로 뜬 트위터의 ‘내일은 더 좋은 실수를 하자’는 말을 자주 인용하곤 했다”가 실루엣처럼 남아있지 않을까.

플레이포럼 2010-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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